비 가는 소리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
축 끌며 따라오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
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
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죄다.
비는 소리라도 있어 오고 가는 줄을 알지.
그 소리 그치면 이제 아주 갔구나, 또 생각도 하지.
세월에도 사람의 마음에도 방울이 달려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눈치없는 나같은 사람, 그 소리라도 있으면
오는구나, 가는구나... 알아차리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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