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무디어지기

kiku929 2022. 12. 23. 11:45

 

 

다치고나서 의도치 않게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70일이 지난 지금은 통증도 어느정도 가라앉고 통깁스에서 보조기로 바꾼 탓에 쉴 때는 마음대로 벗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비로소 쉰다는 기분이 이제야 든다.

(아직도 다리를 내리면 순식간에 붓고 검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찌릿찌릿하다.)

몸이 하루하루 굳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침대에서 운동을 한다고 해도 걷지를 못하니 한쪽다리는 이미 근육이 다 빠져버리고 

전체적으로 뻣뻣하다.

한쪽다리로 겨우 서서 잠깜잠깐 씻고 설거지하고, 10분을 일하면 30분을 거상하며 누워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옥에서 막 탈출하여 나온 사람처럼 평온하고 행복하다.

 

책을 읽다가 '무디다'는 단어에서 멈추었다.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마음이 이끌려가는 어느 순간쯤 적당히 멈추는 것이 바로 무디어지는 지점일 것이다.

특히 타인에 대해서는 무디어지고 싶다.

좀 무디다 싶은 만큼 받아들이기, 그래서 불필요한 상처를 받지 않기.

그래서 나는 정의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주는 기술은 '무디어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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