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장옥관
1.
새도 무릎이 있던가 뼈와 뼈 사이에 둥근 언덕이 박혀 있다 무릎을 꺾으니 계단이 되었다 끓는 줄도 모르고 무릎 끓은 일 적지 않았으리라
2.
달콤한 샘에 입 대기 위해 나비는 무릎을 끓는다 무릎을 접지 않고 어찌 문이 열리랴 금동부처의 사타구니 사이로 머리 내미는 검은 달
3.
사람이 사람의 무릎 끓리는 건 나쁜 일이다
4.
무릎이 다 닳아 새가 된 사람을 너는 안다 쌀자루를 이고 다니다 무릎이 다 녹은 것이다 나비처럼 너는 언덕을 넘고 싶다 검은 달을 향해 컹컹, 너는 짖어본다
- 2023년 9월 11일자 중앙일보, 《시상과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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