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내게 오기 전날 / 나희덕

 

 

 

그대가 내게 오기 전날


나희덕


그동안 나에게는 열망하는 바가 얼마나 많았더냐
오랜 줄다리기, 그 줄을 내려놓고
이제 두 손을 털면
하늘마저 가까이 내려와 숨을 내쉰다

그러나 나에게는 망설이던 적이 얼마나 많았더냐
진흙탕 속을 걸어 가면서도
발목 하나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다가
이제 온몸으로 넘어지고 나니
진흙도 나를 받아 감싸는구나

열망하면서도 뛰어들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활활한 불길처럼 살아오는 오늘
그대로 하여
열망과 용기를 함께 가지게 되었으니
두렵지 않아라,
눈먼 그대를 내 안에 앉히는 일이

 

 

 

 

 

젊은날 열망하면서도 뛰어들지 못했던 일들이

오늘날 내 몸의 틈새로 가지처럼 뻗어나온다.

 

나,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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