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유홍준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 집집마다
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
애지/ 2006년 여름호
우리집엔 작년 마트에서 2000원을 주고 산 행운목이 지금도 자란다.
물에 한동안 키웠다가 뿌리가 내리기에 흙에 옮겨심었다.
지금도 여전히 싱싱하다.
난 행운이라는 건 왠지 노력한 이상의 대가를 바라는 것 같아서
잘 바라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뿌린 씨대로 거두어지지 않는 걸 보면
행운의 여신이 정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밤은 염치없지만 나도 행운을 소원하고 싶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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