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버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 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무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잠간,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고영민 시집/ 공손한 손, 창비
시를 읽으며 '그녀'를 상상하고 있다.
이젠 앵두를 보면 깜찍한 '그녀'가 생각나겠지?
먹을 수나 있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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