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앵두 / 고영민

kiku929 2010. 1. 18. 20:38

 

 

    앵두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버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 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무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잠간,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고영민 시집/ 공손한 손, 창비

 

 

 

 

 

시를 읽으며 '그녀'를 상상하고 있다.

 

이젠 앵두를 보면 깜찍한 '그녀'가 생각나겠지?

먹을 수나 있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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