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 水力學 / 마종기

kiku929 2010. 1. 18. 20:42

 

                      

 

 

 

  가을 水力學 

 

 

                                 마종기

그냥 흐르기로 했어.
편해지기로 했어.
눈총도 엽총도 없이
나이나 죽이고 반쯤은 썩기도 하면서
꿈꾸는 자의 발걸음처럼 가볍게.

목에서도 힘을 빼고
심장에서도 힘을 빼고
먹이 찾아 헤매는 들짐승이 되거나 말거나
방향 없는 새들의 하늘이 되거나 말거나.
암, 그렇고 말고,
천년짜리 莊子의 물이 내 옆을 흘러가네,
언제부터 발자국도 없이
타계한 꿈처럼 흘러가네

 

 

 

 

 

아직 여름은 다 가지 않았는데

바람과 바람 갈피마다 가을의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에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도 가을로 기울어가는데.

 

가을...이름도 소슬한 계절...

몸앓이, 마음앓이를 또 어떻게 견디어야 하나...

자신을 아무것도 보호할 수 없는 그 무방비라니.

 

그렇게 또 한 계절을 흘러가게 되겠지.

강물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붉은 낙엽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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