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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

kiku929 2010. 1. 21. 01:54

 

                     

 

 

 

「여기에 장미꽃이 피어야」라는 시에 대한 "그 작품은 섬세함과 형식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작품입니다" 라는 당신의 의견은 서문을 쓴 사람과 비교해 보더라도 나무랄 데 없이 옳습니다.

 

 여기서 한마디한다면, 가능한 한 미학적이고 비평적인 글은 읽지 마십시오.

 그런 글들은 어느 한쪽만을 편드는, 생명력이 없는 의견으로 굳어져서 무의미하게 되거나,

교활한 언어의 장난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이 견해가 이기는가 하면 내일은 다시 뒤집혀지기 마련입니다.

예술작품이야말로 끝없는 고독에서 나오는 것이며, 비평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만이 그것을 파악하고 지닐 수 있으며, 부당함에 대해 불평할 수가 있습니다.

어쨌든 당신이 자기 자신의 감정이 옳다고 믿는다면 거기에 따르면서 모든 시비나 비평이나

해설서들은 무시하십시오. 당신의 설사 지금은 틀렸더라도 당신의 내적인 삶의 성장에 따라

서서히 다른 생각으로 바뀌어 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 자신의 판단으로 독자적이고 조용하며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도록 놔두십시오.

그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채찍질로 강요되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은 안에서 잉태되었다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모든 인상과 감정의 싹이 자신의 마음속이나 어둠 속, 무의식 속 그리고 이성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도록 하고, 겸허한 마음과 끈기로 분명함이 새로이 태어날 시기를 기다리도록 하

십시오.

그것이 바로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예술을 이해하거나 직접 창작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는 시간을 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10년이란 세월은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을 하지도, 햇수를 세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무처럼 자라도록 하십시오.

나무는 수액(樹液)을 억지로 내지 않으며, 봄의 폭풍 속에서도 의연하게 서 있습니다.

혹시나 그 폭풍 끝에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갖는 일도 없습니다.

여름은 오게 마련이며, 근심 걱정 없이 조용하고 침착하게 서 있는 참을성 있는 사람들에게만

여름은 찾아옵니다.

저는 그것을 괴로움을 참아가며 끈기 있게 매일 익히고 있으며, 그 괴로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p2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소담 출판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

한장 한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읽다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고 싶어 편지 내용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았다. (우리 막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