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대학 시절에 내가 자주 가곤 했던 카페가 생각나곤 한다.
난 점심시간이나 공강이 있는 날이면 그곳에 가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지내다왔다.
밥 먹는 것 보다 더 좋았으니까...
그 카페는 하루종일 바흐의 음악만 틀어주었다.
목조건물에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교 책상같은 테이블과 나무 의자,
그리고 옹기로 된 화병에 국화꽃이 꽂혀있는 작고 어두운 실내의 카페가 있었다.
그야말로 소박함 자체였다.
그 카페의 분위기를 그나마 고풍스럽게 유지해준 건 오로지 바흐의 음악 뿐,
음악만이 전부였고 주인공이었던 카페였다.
어쩌면 그때문에 바흐의 음악이 지금까지 깊게 내 가슴에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바흐의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그 카페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에게 시선이 멈추곤 한다.
젊었던 한 시절의 내 모습...
2008.5.14
'글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김훈을 좋아하는 이유, 바다의 기별을 읽고... (0) | 2010.01.23 |
---|---|
2월의 마지막 날에 (0) | 2010.01.22 |
엄마에게 보내는 새벽 편지 (0) | 2010.01.22 |
아름답고 가치있는 일 (0) | 2010.01.22 |
하늘은 높고 구름은 고요하구나 (0) | 2010.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