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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kiku929 2010. 1. 22. 09:19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대학 시절에 내가 자주 가곤 했던 카페가 생각나곤 한다.

난 점심시간이나 공강이 있는 날이면 그곳에 가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지내다왔다.

밥 먹는 것 보다 더 좋았으니까...

 

그 카페는 하루종일 바흐의 음악만 틀어주었다.

목조건물에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교 책상같은 테이블과 나무 의자,

그리고 옹기로 된 화병에 국화꽃이 꽂혀있는 작고 어두운 실내의 카페가 있었다.

그야말로 소박함 자체였다.

그 카페의 분위기를 그나마 고풍스럽게 유지해준 건 오로지 바흐의 음악 뿐,

음악만이 전부였고 주인공이었던 카페였다.

어쩌면 그때문에 바흐의 음악이 지금까지 깊게 내 가슴에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바흐의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그 카페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에게 시선이 멈추곤 한다.

젊었던 한 시절의 내 모습...

 

 

 2008.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