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저녁
장석남
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 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난蘭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돌돌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감기에 걸려 기침이 심하다.
차를 타고 오는데 기침이 어찌나 나오는지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피가 묻어나온다.
보고 싶어도
손 내밀고 싶어도 참는 거,
그런 것들이 내안에 기침으로 남은 것은 아닐까,
빠져나갈 자리 없어 한 가득 고이다
뱉어내고야 마는 기침처럼....
기진맥진이 되어서야 오는 평화,
그렇게 비워진 후 새로 생긴 나의 저녁엔
뱉어내지 못한 마음들이
또다시 콜록이며 모여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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