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성선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나무...
슬플 때,
외로울 때,
아플 때,
나는 늘 나무를 떠올린다.
혼자있는 방법과
침묵하는 방법을
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오늘도 창밖의 나무를 바라본다.
잎새 다 떨어지고
제 몸이 현이 되어
하늘 아래서 울고 있는 나무를...
그리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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