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무 / 이성선

kiku929 2010. 1. 9. 11:18

 

                         

 

 

 

   나무

                 이성선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나무...

 

슬플 때,

외로울 때,

아플 때,

나는 늘 나무를 떠올린다.

 

혼자있는 방법과

침묵하는 방법을

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오늘도 창밖의 나무를 바라본다.

잎새 다 떨어지고

제 몸이 현이 되어

하늘 아래서 울고 있는 나무를...

 

그리고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