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사티의 짐노페디를 들으며...

kiku929 2010. 2. 3. 09:20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저 아득한 곳에서 그리운 물결들이 음표처럼 넘실넘실 밀려온다.

사분음표, 팔분음표, 십육분음표...

음표마다에는 내가 아는 얼굴, 이름, 꽃 ,별들이 타고 있고

끝없이 넘실대며 내 머리를 서서히 지나간다.

그리고 커피 한 모금...

 

속눈썹이 젖는다. 이럴 땐 낙타가 생각난다.

내가 꼭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 몸에 저장된 물로 사막을 건너는 일과

그리운 이름들을 부르며 한 세상을 건너가는 일... 닮았다.

 

사티의 음악과 방의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그리고 스탠드의 불빛....

난 왜 항상 눈물이 찰랑거리기만 하는 걸까.

마구마구 넘치는 일은 내 생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정열이라든지, 통곡이라든지, 열애라든지,악착이라든지...

손을 반쯤은 펴고 사는 사람같다.

쥐지도 펴지도 못하는...

나는 항상 그곳에서만 머무는 것만 같다.

 

겨울밤은 깊어가고 선율은 나를 통과해 아득히 한 점으로 사라진다.

빗방울 떨어지듯 토독, 토독....

 

 

 

 

 

 

76

 

 

78

 

 

77

 

 

 

 

 

'글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밤에...  (0) 2010.02.06
모처럼....  (0) 2010.02.03
넋두리  (0) 2010.02.03
윤회 오빠...!  (0) 2010.02.02
덤...  (0) 201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