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봄밤에...

kiku929 2010. 2. 6. 21:01

 

                     

 

 

H...

 

 

이다음, 아주 이다음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될 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 회상한다면

아마 지금이 될거라고...

 

흔들려서 아름다웠던,

상처있어서 향기로웠던,

그래서 지금의 아픔들이 난 불행하진 않답니다.

 

인생은 시시로 변하며 흘러가는 강물이라고 귀결짓고는

-그렇게 귀결짓지 않고는 어찌 인간이 사라지는 것, 변하는 것에 대해

초연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 되겠지만

나역시 그렇게 타협하고 나니 슬프지만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갈 것은 가라고...

한번 흘러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그것이 인생인 거라고,

오늘밤 술잔 하나하나에 나의 마음을 담으며 안녕을 고했습니다.

 

H...

아무도 모르게 내 인생의 한 시절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봄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은밀한 작별입니다.

 

꽃잎 다 떨구면 나무들이 훌쩍 자라 다른 계절로 옮겨가듯이

나도 내일이면 훌쩍 어른이 되겠지요.

예전에 멈췄어야할 성장통을 난 지금 혹독하게 앓고 있네요.

 

슬픈 봄밤,

피는 꽃, 지는 꽃 한데 섞이어

봄날이 어지러이 흐르고 있습니다.

 

 

 

 

 2009. 어느 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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