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저 아득한 곳에서 그리운 물결들이 음표처럼 넘실넘실 밀려온다.
사분음표, 팔분음표, 십육분음표...
음표마다에는 내가 아는 얼굴, 이름, 꽃 ,별들이 타고 있고
끝없이 넘실대며 내 머리를 서서히 지나간다.
그리고 커피 한 모금...
속눈썹이 젖는다. 이럴 땐 낙타가 생각난다.
내가 꼭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 몸에 저장된 물로 사막을 건너는 일과
그리운 이름들을 부르며 한 세상을 건너가는 일... 닮았다.
사티의 음악과 방의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그리고 스탠드의 불빛....
난 왜 항상 눈물이 찰랑거리기만 하는 걸까.
마구마구 넘치는 일은 내 생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정열이라든지, 통곡이라든지, 열애라든지,악착이라든지...
손을 반쯤은 펴고 사는 사람같다.
쥐지도 펴지도 못하는...
나는 항상 그곳에서만 머무는 것만 같다.
겨울밤은 깊어가고 선율은 나를 통과해 아득히 한 점으로 사라진다.
빗방울 떨어지듯 토독, 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