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모든 숲과 돌이 쓸쓸해 보인다
어떠한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외롭다
나의 생활이 밝았을 때에는
이 세상은 친구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 안개가 내리니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움을 모르는 사람은
그 누구도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어두움은 자기를 어찌할 도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가만히 떼어 놓는다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인생이란 외로운 것이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모두가 쓸쓸하다
오늘 저녁 공원을 걷는데 사방이 안개였다.
안개 속에 내가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걸음마다 안개에 내가 흡수되는 것처럼.
홀로 이 시를 암송하며 걸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부분부분 기억이 되살아났다.
고등학교 때 난 이 시의 의미를 알았을까?
지금 나는 어둠을 알만큼 현명해진 걸까?
난 아직도 쓸쓸하면 슬퍼지는데...
오늘밤 이 시가 안개처럼 내 가슴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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