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타니카와 슌타로
책은 사실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좀더 정말로 말하면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인 채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책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옛일은 잊으려고 생각하여
책은 자기 몸에 인쇄된 활자를 읽어보았다
"사실은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라고 검은 활자로 써 있다
나쁘지 않다고 책은 생각했다
내 기분을 모두가 읽어준다
책은 책으로 있는 것이
그저 조금은 기뻐졌다
*시집 / 이십억 광년의 고독, 문학과 지성사
가끔 생각한다.
난 왜 이곳에 뭔가를 자꾸만 적으려 하는 걸까?
왜 나의 기분이나 느낌을 그 상태인 채로 버려두지 못하고
기분에 대해, 느낌에 대해 적고 싶은 걸까? 하고.
그건
책이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던 자신의 기분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게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의 기분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느낌을 갖는 것,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단 한 사람에게서만이라도.
共感,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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