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책 /타니카와 슌타로

kiku929 2010. 2. 27. 00:47

 

 

 

 

 

 

 

타니카와 슌타로

 

 

 

책은 사실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좀더 정말로 말하면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인 채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책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옛일은 잊으려고 생각하여

책은 자기 몸에 인쇄된 활자를 읽어보았다

"사실은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라고 검은 활자로 써 있다

 

나쁘지 않다고 책은 생각했다

내 기분을 모두가 읽어준다

책은 책으로 있는 것이

그저 조금은 기뻐졌다

 

 

*시집 / 이십억 광년의 고독, 문학과 지성사

 

 

 

 

가끔 생각한다.

난 왜 이곳에 뭔가를 자꾸만 적으려 하는 걸까?

왜 나의 기분이나 느낌을 그 상태인 채로 버려두지 못하고

기분에 대해, 느낌에 대해 적고 싶은 걸까? 하고.

 

그건

책이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던 자신의 기분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게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의 기분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느낌을 갖는 것,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단 한 사람에게서만이라도.

 

共感,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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