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휴일 아침에...

kiku929 2010. 4. 4. 11:27

 

 

 

커피를 들고 창밖을 내다본다.

휴일 아침의 정경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일상의 세계에서 오려내어진 것 같은 별개의 싸이클과 신성함,고요함 그리고

휴일 아침만이 갖는 평화로운 파장은 언제까지라도 이어질 것만 같이 마음의 평온을 안겨준다.

 

올 봄은 내 마음도 많이 안정되고 여유로워진 기분이다.

좀더 세상으로부터 나 자신을 격리시켜 바라보는 거리를 취득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바라본다는 것은 나와 상관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변화하는 그 중심에 내가 속해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엔 변화하는 것들이 싫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꽃이 피면 꽃이 지는 것이 슬펐고 사랑도 이별이 슬펐다.

어제의 그 모습이 오늘 다른 모습이고 오늘의 그 모습이 내일과는 연관없는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

늘 상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움의 속성은 변함과 결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시적인 인생, 사랑, 꽃, 계절, 연인... 그 모두가 이별과 더불어 온다.

그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하고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어떤 변화에도 슬퍼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냥 그 변화를 음미하고 관조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은 음과 양이 있는 법,

꽃은 피어나는 과정과 지는 과정까지 모두를 어우르고 있다. 꽃과 꽃그림자, 꽃 진 자리,그것이 꽃이다.

그모습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꽃이 지는 순간까지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나와의 인연이었던 것을 감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인생을 사는 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리고 깨달음과 함께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처럼 자신도 생긴다.

이젠 아파하지 않고 순간 순간에 마음을 들이며 어제가 아니라 오늘의 모습에

나의 시선과 마음을 맞추며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쨌든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

오늘이 어제와 다를 수 있어서 세상은 늘 신비롭고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오늘은 무슨 일이 내게 와줄까?'

궁금해 하면서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하루하루를 부여받고 싶다.

 

창밖은 아다지오와 같은 리듬으로 느릿느릿 휴일이 지나고 있다.

 

 

 

2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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