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10년) / 감독 이창동

kiku929 2010. 5. 16. 20:59

 

 

 

 

줄거리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영화 Daum에서)

 

 

감독 이창동

출연 윤정희, 김자영, 이다윗, 김희라 

 

 

 review

 


 


주인공 미자(윤정희)는 외손주를 홀로 키우고 있는 66세의 할머니.


딸은 멀리 나가 있고 간병인이 직업인 미자는 반신불수인 할아버지(김희라)집을 방문하여 돌보면서 어렵게 살아간다.


생활은 쪼들리지만 그녀는 멋쟁이라는 소리를 들을만치 한껏 곱게 치장하고 다닌다.


그녀의 현실은 결코 풍요롭지 않았지만 그녀가 가꾸어가는 그녀 안의 세상은 누구보다 풍요롭게 느껴진다.


 


그녀는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미자는 시인이 되겠네"라고 했던 그 한마디를 기억하며 살아온,

 

늘 시를 꿈꾸며 시같이 살고팠던 여자였다.


여기서 시같다는 의미를 현실속에서도 노래할 줄 아는 마음,


아름다움에 마음과 귀를 열어보이는 마음, 투명하고 순수한 생각의 바탕,


그러면서 정직하고 인간의 아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영화에서 말한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는다고...


다시 말해 시같은 마음이 현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미자 역시 이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시가 사라진 이 현실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를 배우는, 그리고 시 한 편 쓰는 것이 목표인 미자에게 현실은 죄를 지어도 죄책감도 도덕심도 없는


부조리한 모습일 뿐이다.


 


그녀가 시상을 얻겠다고 나무 아래 앉아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그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전화가 온다. 손주의 일로 급히 의논할 게 있다는...


그때 그녀는 말한다. "지금은 안돼요. 시 배우러 가야 하거든요."


난 그녀의 그 한마디가 가슴 아프게 꽂혀왔다.


시 배우러 가야 하는 그 시간은 그녀가 정말 원하고 갖고 싶었던 시간,


현실속에 침해당하지 않고 온전히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영역에 대한 간절한 외침처럼 내겐 들렸던 것이다.


 


강의 첫 시간에 강사는 칠판에 이렇게 쓴다.


'본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보아야 한다며...


그리고 사과를 꺼내 묻는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이 사과를 몇번이나 보았습니까?"하고...


어쩌면 지금까지 여러분은 한번도 이 사과를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날 저녁 미자는 사과를 꺼내어 한참을 바라본다. 도무지 시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자 미자는 칼로 사과를 깎아 한 잎 베어 물고 혼잣말을 한다, "사과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먹는 거야"


 

보는 것과 먹는 것의 차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강사가 말한 시같은 세상이 아닌 것이다.


미자의 말처럼 칼로 잘라 먹어야 하는 것이 사과인 것처럼 세상도 내가 직접 겪으며 살지 않으면 안되는 것,


외손주가 친구 여섯명과 함께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 하면서 여학생으로 하여금 강물에 투신자살하도록 만든 사건에 대해


처음 미자는 오히려 남의 일을 들여다보듯이 바라본다.


그 사건에 가담한 다른 학부모들이 대책을 논의한다고 모인 자리에서도 미자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화단의 맨드라미를 보며 시상을 떠올리려 애쓸 정도로 그녀는 현실에  '개념없는 할머니'였던 것이다.


보고 싶지 않은 세상을 애써 피하며 그녀는 자신이 바라보고 싶은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끈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만의 몸짓이었는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다섯명의 학부모들이 위로금을 주고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사건의 종결을 위해 급급했던 것에 반해


미자는 점점 그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며 정당한 방법으로 대가를 치루도록 한다.

 

 

미자가 위자료 500만원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돌보고 있던 환자에게 몸을 허락하는 장면은 미자가 얼만큼 그 사건에 대해

깊이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처음 미자는 그 노인의 부도덕한 제안에 화를 내었지만 그녀는 얼마되지 않아 그런 자신에게 그럴만큼의 자격도 있는지를 스스로 물었을 것이다

그녀가 소녀가 투신자살한 다리 위에 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미자는 어떠한 결심을 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비도덕적인 행위면서 양심과 죄책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행위,

그 일을 미자는 기꺼이 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미자에겐 속죄의 의미였을 것이다.

 

어느날 미자에게 일어난 한 사건, 그 사건에 진심으로 속죄한 이는 미자 한 사람 뿐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자본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고 돈이 면죄부가 되는 것에 대해 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그의 작품 '밀양'에서도 연장선상에서 질문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누가 용서를 하느냐"고 부르짖는 전도연의 울음 소리는 잊지 못할 것 같다.

 


감독이 생각하는 시는 과연 무엇이엇을까,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게 이어져 가는 시선, 그리고 서정적인 화면,


이렇듯 감독은 그 안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화면과 더불어 강물 소리, 바람 소리, 잎새들의 소리, 새 소리는 영상과 잘 어우러져


보는 내내 아, 저 소리... 하고 감탄하곤 했는데 나중 제작노트를 보니 영화음악을 하나도 쓰지 않고 대신


메인으로 강물소리를 택했다고 했다.


행과 행간, 그리고 여백으로 시의 의미가 전달되듯 영화도 많지 않은 목소리로 시처럼 잔잔하게,


그러나 긴 울림으로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더불어 막을 내린다.


 

 

 

 

 

감독의 말

 


아시다시피 이제 시(詩)가 죽어가는 시대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고, “시 같은 건 죽어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사람도 있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영화가 죽어가는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감독 이창동

 

시를 쓴다는 것은 양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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