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낭게의 내밀한 살림 / 장석주 엽낭게의 내밀한 살림 장 석주 엽낭게가 꾸리는 살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 바다 속으로 빠지는 해, 붉은빛을 목도리처럼 휘감은 회색 구름, 남도 내륙의 산들이 엽낭게의 조촐한 살림 내역이다. 그 살림에 비추어 내밀한 것의 규모를 나 혼자 짐작해 보는데 슬픔도 기쁨도 아닌 것이 왈칵, .. !시 2010.01.09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 김경주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김경주 불을 끄고 방 안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 창문을 잠시 두드리고 가는 것이었다 이 밤에 불빛이 없는 창문을 두드리게 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아직 떠난 것이 아닌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문득 내가 아닌 누군가 방에 오래 누워 있다.. !시 2010.01.09
엄마 걱정 / 기형도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 !시 201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