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말씀 -법구경- / 법정 옮김, 나무심는 사람

kiku929 2010. 10. 11. 21:47

 

 

책소개

 

불교 최고의 잠언 <법구경>을 번역한 책. 법구경은 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일종의 불교 잠언 시집이다. 모두 423편을 담고 있으며, 그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누고 있다. 이 책에는 법정 스님의 풀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한 주를 함께 수록하였다. 일상에 파묻힌 우리들의 잠든 영혼을 일깨우고, 지혜의 가르침으로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깨우쳐 주는 진리의 말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양장본)    

 

<다음책>펌

 

 

 

*

얼마전 책장을 정리하다 예전에 읽었던 '법구경'을 다시 보게 되었다.

1999년에 나온 책인데 그당시 서점을 하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은 책이다.

책갈피에는 친구의 짤막한 편지가 꽂혀있었다.

 

'선불교책이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우선 법구경 보낼께.

이철수 산문집 '배 꽃 하얗게 지던밤" 그 책 있는지 전화해줘.

없으면 보내줄께.

인감이 급할것 같아서 우선보내는 거야.

잘있어...'

 

이철수 산문집도 책꽂이에 그대로 있다.

기억에도 없는 어떤 시간이 느닷없이 출몰했을 때의 그 생경함이랄까...

 

 

**

요즘은 이런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에 마음이 끌린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기의 주변에 있던 것을 하나씩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점에서 내려오는 길, 쇠락하는 빛깔들을 바라 보는 일은 미리 자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참아내기가 어려울 것만 같으니까.

삶이란 참 오묘하다.

하나씩 이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어느날 부터는 진정 내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니...

오늘 어떤 책을 읽는데 '세입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이 지구에 온 세입자라고...

아울러 나와의 인연 모두 서로에게 잠시 깃들다 가는 세입자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성실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일...

그것만이 삶을 대하는 가장 숭고한 자세가 아닐까.

 

 

 

***

모든 일은 마음이 근원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이

 

 

게으름에 빠지지 말라

육체의 즐거움을 가까이 하지 말라

게으르지 않고 생각이 깊은 사람만

큰 즐거움을 얻게 되리라

 

알아보기 어렵고 아주 미묘하고

욕망에 따라 흔들리는 마음을

지혜로운 이는 지켜야 한다

잘 지켜진 마음이 평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랑스럽고 빛이 아름다우면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듯이

실천이 따르는 사람의 말은

그 메아리가 크게 울린다

 

쓸모 없는 말을 엮어

늘어 놓는 천 마디보다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한 마디가

훨씬 뛰어난 말이다

 

비록 백 년을 살지라도

게으르고 정진하지 않는다면

부진런히 노력하며 사는

그 하루가 훨씬 낫다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

 

남을 가르치듯 스스로 행한다면

그 자신을 잘 다룰 수 있고

남도 잘 다스리게 될 것이다

자신을 다루기란 참으로 어렵다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

어떤 주인이 따로 있을까

자기를 잘 다룰 때

얻기 힘든 주인을 얻은 것이다

 

내가 악행을 하면 스스로 더러워지고

내가 선행을 하면 스스로 깨끗해진다

그러니 깨끗하고 더러움은 내게 달린 것

아무도 나를 깨끗하게 해줄 수 없다

 

아무리 남을 위한 중요한 일이라 해도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말라

자기가 해야 할 일임을 알고

그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라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지금 게으르지 않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어쩌다가 못된 짓을 했더라도

착한 행동으로 덮어 버린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승리는 원한을 얻고

패자는 괴로워 누워 있다

마음의 고요를 얻은 사람은

승패를 버리고 즐겁게 산다

 

고독의 맛과 마음의 평화를

직접 체험한 사람은

명상의 기쁨을 맛보면서

두려움 없이 악에서 떠난다

 

지혜로운 이는 몸을 억제하고

말을 삼가고

마음을 억제한다

이와 같이 그는 자신을 잘 지키고 있다

 

남의 허물을 찾아내어

항상 불평을 품는 사람은

번뇌의 때가 점점 자란다

그의 번뇌는 자꾸만 불어간다

 

일을 잘 처리한다고 해서

공정한 사람은 아니다

옮음과 그름 이 두 가지를

잘 분별하는 이가 현명하다

 

작거나 크거나

악을 가라앉힌 사람은

모든 악을 가라앉혔기 때문에

수행자라고 부를 수 있다

 

일어날 때 일어나지 않고

젊고 힘이 있는데 게으름에 빠지고

의지나 생각이 나약한 사람은

밝은 지혜로도 길을 찾지 못한다

 

자기가 얻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남을 부러워하지도 말라

남을 부러워하는 수행자는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한다

 

몸과 마음에 내 것이란 생각 없고

그것이 없어진다고 해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사람

그를 진정한 수행자라 부른다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이고

자기야말로 자신의 의지할 곳

그러니 말장수가 좋은 말을 다루듯이

자기 자신을 잘 다루라

 

-책 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