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生 / 에밀 아자르( 용경식 옮김, 문학동네)

kiku929 2010. 6. 9. 19:30

 

                  

 

책소개

1980년 의문의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와 동일 인물인 에밀 아자르. 자살 후,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의 필명이었으며,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출간한 네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소설도 그가 쓴 것임이 밝혀졌다. 이 책은 로맹 가리

 1975년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출간한 두 번째 소설로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에 빛나는, 어린 소년 모모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다. 작가는 악동 같지만 순수한 어린 주인공 모모를 통해 이 세상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

독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다음에서 펌>

 

 

 

 

 

오랜 시간동안 읽은 책이다.

몇달동안 책을 읽을만 한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면 변명이 되겠지만 여하튼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봄날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모모의 한 생이 내게로 스며든 느낌... 그 느낌이 오랫동안 또 나를 사로잡는다.

 

이 책은 창녀들의 아이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는 로자 아줌마와 그 보살핌을 받고 자라난 모모의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 창녀였던 로자 아줌마는 지금은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데가 없는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일 뿐이다.

창녀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법률에 의해 창녀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빈민구제소로 보내야 하는 현실에서

그녀는 창녀들을 위해 불법으로 돈을 받고 키워주며 살아간다.

 

모모의 나이는 이제 열 살,

하지만 어느날 그 아버지가 모모를 찾아오게 됨으로 해서 자기가 열 네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로자아줌마가 모모를 더 오래 데리고 있고 싶어서 모모에게 거짓말을 한 것.

 

"네가 곁을 떠날가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해."

 

 

이제 스스로 뒤처리도 할 수 없을 만큼 뚱뚱하고 머리칼이라고는 서른 세개만 남은 못생긴 얼굴의 그녀는

뇌혈증으로 가끔씩 의식을 잃거나 이상항 행동을 하면서 머지않아 식물인간이 되어 살게 될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남겨졌던 아이들도 다 떠나고 홀로 남게 된 모모는 이제 로자 아줌마를 돌봐야 할 입장이다.

세상 유일하게 모모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모모를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로자 아줌마,

모모에겐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여자...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모모....... 모모....... 모모.....

그녀의 말은 이게 전부였지만, 나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달려가서 그녀를 껴안았다. 정신이 나갔을 때 똥오줌을 쌌는지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녀를 더 꼭 끌어안았다. 혹시 내가 자기 때문에 구역질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그녀는 정신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상태를 묻고 모모에게 말한다.

자기를 병원에는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그냥 죽게 놔달라고...

열 네살이 된 모모는 그녀의 약속을 지켜준다.

유태인이었던 그녀가 젊은 시절 게슈타포에 의해 끌려갔던 끔찍했던 경험으로 그녀는 자기가 언제든 숨어 살 수 있는

방을 마련해놓았는데 모모가 그것을 알고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 몰래 그녀를 그 방에 데려간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숨을 거두고 모모는 그녀가 혹시라도 눈을 뜨게 되면 무섭지 않도록

촛불을 켜 놓고 그 곁에서 잠을 자며 날마다 그녀에게 화장을 해준다.

모모는 썩어가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훔쳐다가 뿌려주지만 나중에는 향수 한 병으로도 모자랄만큼 냄새가 진동하자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내게 된다. 무려 3주가 지난 후에...

 

모모는 자기에게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던 하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도 이 한마디였을 것이다.

'사랑할 사람'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절대의 유일무이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감정을 쏟을만 한 가치가 있는 것, 그건 바로 살아야 할 이유...

 

 

모모는 이제 사랑할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로자 아줌다 대신 자기가 아끼고 좋아했던 우산 '아르튀르'를 곁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책의 맨 마지막 끝은 이렇게 써있다.

 

'리몽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로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 사랑해야 한다....!!

 

 

 

 *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생이란 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운명처럼 놓여진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신이 인간에게 선물해준 사랑이란 것,

그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

지금 난 내 앞에 놓인 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