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싼마오, 조은 옮김 (막내집게)

kiku929 2010. 12. 18. 09:02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싼마오가 사하라 사막에서의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백하고 위트 있게 그려낸 『사하라 이야기』. 말괄량이 대만 처녀, 싼마오는 단순무식 스페인 총각과 사막에서 결혼하고, 독특하고 정겨운 사하라 이웃들과 신혼생활을 꾸려간다. 그들은 황량한 사막에서 알콩달콩 티격태격 살아가면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그대로 꽂혀, 사하라 사막행을 결심한 싼마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사막은 더없이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그곳에서 사는 것은 힘들고 불편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녀 곁에 있기 위해 한발 앞서 사막으로 달려갔던 열정적인 남자는 밥 달라는 밥통이 되어간다.

또한, 가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웃들은 알고 보니 알부자에 순 얌체가 아닌가. 싼마오 자신도 문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는커녕 쓰레기장에서 폐품을 주워다 가구 만들고 집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도 싼마오는 씩씩하게 외친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아.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 『사하라 이야기』는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1인칭 산문으로, 삶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용기에서 샘솟은 상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다음 책 펌>

 

 

 

 

 

오랜만에 재밌고 유쾌한 책을 접했다.

나와 전혀 낯선 환경에서의 일상의 이야기들이 호기심과 동경을 자아내게 한다.

사막이라는 곳, 뭔가 거대한 침묵과 신비와 비밀이 감추어져 있을 듯한, 전생이나 후생에서나

존재할 것처럼 아득히 멀기만 한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들이 마치 별나라 같지만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은 이렇게 황폐하고 낙후되고 빈곤한 곳에서도 똑같이 무럭무럭 활기차게 자란다.

결코 생존을 위해 안간힘 쓰고 발버둥 치지 않는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로병사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노라니, 그들의 안온함이 우아하게까지 느껴졌다.

내 관점으로는, 속박이 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곧 빛나는 문명이었다.' -p205

 

 

저자는 속박이 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곧 빛나는 문명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사막에도 속박은 존재한다.

먹고 입고 자야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니까.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이웃이 있고 문화가 있고 질서가 있고 갈등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태연하게 담담하게 환경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유로움이란 자연과 얼마나 가깝게 더불어, 느끼며 즐기며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어느날 그 전혀 낯선 문명의 세계로 풍덩하고 빠지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일진데 난 아마도 이런저런 현실적인 핑계를 대며 지금처럼

살아가게 될 것만 같다. 책이나 읽으며 꿈이나 꾸면서... ㅜㅜ

 

 

 

 

 

<본문 중에서>

 

오랜 사막 생활에서 얻은 좋은 점이 있다면, 현실에서 아주 작은 즐거움만 생겨도 마음속으로는 무한한 만족감으로

승화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머리보다 위장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이다.

 

울타리 안에 갇힌 사람들이 울타리 밖의 사람들보다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정말 나쁜 사람은 마치 전설 속의 용처럼

마음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숨었다 나타났다 하기에 붙잡을 수도 없고 가둬둘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란 참 이상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증명해 주기 전에는 자기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