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할 수 있는 거리
윤희상
나와 너의 사이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린다
나와 너의 사이는
멀고도, 가깝다
그럴 때, 나는 멀미하고,
너는 풍경이고,
여자이고,
나무이고, 사랑이다
내가 너의 밖으로 몰래 걸어나와서
너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나는 꿈꾼다
나와 너의 사이가
농담할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것을
나와 너의 사이에서
또 바람이 불고, 덥거나, 춥다
*시집 <소를 웃긴 꽃>
사이...
갈수록 사이가 넓은 것이 좋아진다.
아주 멀지만 않게,
그래서 아주 가버리거나, 남남이 되거나 하지만 않게,
잊혀질만 하면 그냥 생각이 났다고 바람같은 소식 한 줄기 불어올 수 있게,
그 사이가 있어
나는 너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고
너를 음악처럼 들을 수도 있고
너를 동화처럼 읽을 수도 있으니,
그래, 너는 늘 거기에 있을 테니까...
나무와 나무가 서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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