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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딱 그 중간을 지켜야 해

kiku929 2011. 7. 5. 07:18

 

 

 

 

 

할머니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이구 젊은 사람 바뿐디 내가 그만 가야 하는디......" 하는 소리를 아홉 번 할 때까지 그는

싫은 기색 한 번 안 한다. 할머니는 드디어 " 최도사, 어쩌면 좋은가이?" 물으면 그는 그제야 대답한다.

  " 할머니 그냥 내비두세요."

  "참 용해, 사람 이야기 들어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내가 물으면 그는 씨익 웃으며 대꾸한다.

  "너무 귀를 기울여도 진이 빠지고 너무 건성이면 그쪽이 서운해. 그러니까 딱 그 중간을 지켜야 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중에서 P76

 

 

 

 

 

속 마음을 들어줄 수 있는 가장 안성맞춤인 사람은

자기의 주변과는 상관없는, 그러면서 적당히 공감해주며 귀 기울여주는 사람인 것 같다.

 

병원의 입원실은 그런 면에서 가장 솔직하고 진실된 장소이다.

환자들 모두 동병상련의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상에서는 엮이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은 서로에게 간섭은 하지 않지만 서로의 아픔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공감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든 주저함이 없게 된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정작 위로가 되는 사람은 보호자가 아닌 환자들끼리이다.

나의 경험에 미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