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창비

kiku929 2011. 10. 13. 11:18

 

 

 

 

 

이 책의 첫장에는 손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2011.9.21.수

새로운 직장에의 첫 출근을 앞두고"

 

바로 우리 큰 딸이 산 책이다.

 

나는 책에 대해 편식은 안하는 편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좀 꺼려지곤 한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나의 시간 너머에 있는 , 내가 바라볼 수 없는 벽 저쪽의 감정들이

당연하듯 펄쳐지고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그러한 우려를 첫장부터 말끔히 씻어주었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과도 비슷하고 '아홉살 인생'이란 책과도 비슷한, 동화같은 느낌이랄까.

조로증을 앓고 있는 17살 소년이 여든살의 신체나이를 하고 바라보는,

세상과 사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들이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언제였을까.

군데군데 눈시울을 적시며 읽었다.

철학적이면서도 쉽고 간결한 문체로 그러나 아름답게 쓰여진 책... 좋았다!

 

 

 

<본문 중에서>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P50

 

 

 

"하느님을 원망한 적 없니?"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그럼."

"사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뭐를?"

"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건 정말 어려운 일 같거든요."

"........"

"그래서 아직 기도를 못했어요. 이해하실 수 없을 것 같아서."

 
-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