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한가로운 하루...

kiku929 2012. 2. 11. 18:54

 

 

 

 

 

                                                                                                      한 때 참 고왔던....

 

 

 

베란다에 가득 들어앉은 볕이 참 좋다.

겨우내 볕이 들지않는 차가운 응달에서 버텨준 화초들도 오늘같은 날은 긴장을 풀고 온 몸을 햇살에 맡기며 졸고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작년 막내가 사다준 천사의 눈물 줄기를 잘라다가 작은 화분 세 개에 삽목을 했다.

앙증맞게 초록잎들이 화분 한가득 고봉밥처럼 소복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막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아마도 자기가 사다준 화초가 식구를 늘인 것에 으쓱해 하겠지...

선물받은 장미허브랑 라벤더, 그리고 난타나도 무사히 겨울을 지났다.

목마가렛은 지금 꽃 몽우리를 머금고 있어 머잖아 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제라늄은 작년 꽃이 많이 피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분갈이를 한 화분 흙이 잘 안맞았는지 올해는 작년보다 시원치가 않다.

그래도 작게나마 듬성듬성 올라오는 꽃대가 있어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재촉하게 한다.

 

올 봄에는 편백나무를 사다가 화분에 심을 생각이다.

편백나무가 아토피에 좋은 피톤치드를 많이 내보낸다고 하니 아토피때문에 고생하는 막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 같다.

세 그루정도 심어서 잘 관리하면 집안 공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편백나무는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되지만 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에서 나오는 흙을 섞어주는 것이 편백나무에 잘 맞을 것 같은데 어디서 구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삽을 들고 산에 올라가서 퍼와야 하는 건지...

 

아이들은 모두 나가고 모처럼 혼자 있는 날...

연거푸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로움에 흠뻑 빠지고 있다. (게으름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머리를 잘라야지 마음 먹은 지가 벌써 몇달째 지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마트에 갈 일이 있어도 요즘은 거의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슈퍼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요즘 나의 생활은 자유의지에 의한 유배생활이라고나 해야 할까?

가깝다고 믿어온 사람들이 뭔지모르게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마다 난 점점 내 안으로 깊이 숨어들게 된다.

그럴 때면 어디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참 허하다.

사람은 결국 홀로 선 나무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이렇게 다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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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쓰던 것을 다시 이어쓴다.

지금은 다시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오후엔 내가 갖고 싶었던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 배달되어 그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그 책이 절판이 되어 시중에는 나와 있지 않고 그나마 중고는 3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나와 있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침 상태가 별로 안 좋은, 물에 침수된 흔적이 있다는 책을 아주 싼 값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받아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양호했다. 어차피 내가 읽는 것인데 조금 낡았으면 무슨 대수라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 읽고 나면 <생의 이면>을 읽을 생각이다.

그래도 책을 읽는 시간은 왠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뭔가 아직 하고 싶은 의지가 남아 있다는 열정도 느끼게 해주고....

 

오늘은 참 한가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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