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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 옷을 맡기고나서 아파트 안을 한바퀴 돌았다.
지나다가 꽃장수 아주머니가 보이길래 구경만 잠시 하고 왔다.
꽃을 보는 일, 그리고 그 꽃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돌아와 분갈이할 화분 몇 개를 새 흙으로 갈아주었다.
분갈이 하면서 부겐베리아의 뿌리를 좀 다쳤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잖아도 분갈이 할 시기로는 좋은 때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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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주문한 책이 왔다.
<정의란 무엇인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선우의 신작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는 마이클 샌델의 방한기념으로 반값 할인하기에 구매했다.
둘째가 마이클 샌델의 연세대 강연을 요번에 듣고 오더니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다.
사실 둘째는 올 해 4월에 나온 신간<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희망했지만 반값이라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지금 내가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읽고 있는 책이다.
난 가끔씩 책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에게 선물하려면 마땅한 책이 생각나지 않기에 미리 사 놓은 것이다.
운좋게 새것과 다름없는 중고가 나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다.
모처럼 시집을 샀다.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몇 장을 넘겨보았지만 역시 어렵다.
요즘 나오는 시들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시는 짧지만 시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다 읽지도 못한 시집이 여러권 있다. 보기만 해도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이 시집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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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큰 딸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
도시락을 싸는 일이 크게 부담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휴가를 온 기분이 드는 것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