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에게
김선우
신문을 보는데 '여'가 나를 꼬나본다
백여명 천여명
삼만여 십만여 육백만여 오천만여
모든 집계에는 언제나 '여'가 있다
천의 '여'인 하나, 열, 서른은 천에 포함되고
육백만의 '여'인 백, 이백은 육백만에 포함된다
'여'는 냉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거린다
누구도 '여'에 속하고 싶지 않지만
대다수는 '여'가 될 수밖에 없는 산술법을
태생으로 가진 무엇인가의 뱃속,
우리는 컴컴하게 처박힌 것 같은데
'여'에 속한 것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시간은
어디쯤에 이르러 최후의 '여'가 될까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하나, 하나, 하나....
그 모두는 동일하다고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엔
'여'에 속하는 것은 언제나 있다.
누구도 '여'에 속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라도 '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
희망적이라면
누구라도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여'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이 세상은 내가 '여'이어도 덜 외로울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