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기, 즉 스토리텔링의 내용은 대부분 자신의 행위를 가능케 한 동기,
즉 모티베이션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어 사랑을 생물학적인 종족번식이라는 동물적 충동이 아니라,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랑스러운 목소리 등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러티브 구성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가장 잘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의미부여가 명확한 개념으로서
'재미'라고 하는 차원이 비로소 생겨나게 된다.
이야기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신에 대해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은 사는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중에서 / 김정운
*
인터넷이 보급되고난 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장 변화한 것이 있다면 자기를 드러낼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알리지 않고도 자신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온라인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만 해도 나의 블로그에 쓰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누구를 만나 말한다는 것은 뭔가 생뚱맞지만
이곳이라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는 것은 허용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나에게 블로그는 내 내면의 창고이다.
메모지도 되고 일기도 되고 추억의 저장고도 되고 일탈이 되기도 하고 또, 바람같은 상념이기도 하다.
내 삶에서 가장 나다운, 나의 진실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상에 나의 존재를 말하고 싶은 작은 욕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늘진 한 귀퉁이에 핀 이름없는 들꽃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줍은 몸짓이라고나 할까...
내 삶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나의 '살아감'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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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소통의 통로가 너무도 다양하다.
거의 실시간, 생중계가 가능할 만큼 소통의 전파수는 넘치고 넘친다.
오히려 잡음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먹어도 먹어도 허한 폭식증 환자처럼 우리들은 문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타인을 향해 계속 두드리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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