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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쪽이 바로 우리들의 몫입니다.

kiku929 2012. 8. 18. 08:48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이 갑자기 쉬어지고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다면,
그것은 벌써 그들이 진지한 삶의 현실성과 독자성을 느낄 수 있는 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삶의 의미로 봐서는 결코 발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삶의 모든 가능성으로부터의 결별입니다.

 

우리들은 어려움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가 어려운 쪽에 의지하고 있으며,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은 자기 방법에 따라 저항하고 자랍니다.
자기 스스로를 세우려고 어떤 저항이나 대가를 치르더라도
독자적인 것이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는 것은 적지만 어려운 쪽에 의지해야 된다는 사실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삶 가운데서도 바로 어려움을 믿도록 하십시오.
젊은이들에게 나는 언제나 이것만은 말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흔들림 없이 확신하고 있는 하나는,
우리들은 언제나 어려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려운 쪽이 바로 우리들의 몫입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아침, 책장을 열어 내가 좋아하는 릴케의 책을 꺼내보았다.

마음이 우울하고 슬플 때 릴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평화가 깃드는 것을 느낀다.

편지 속에는 릴케의 진심 가득한 글들로 가득하다.

마치 지금의 나에게 이 말을 해주기 위해 백 년의 세월을 기다린 것처럼...

 

'어려운 쪽에 의지해야 된다'는 릴케의 말은 내가 어떤 일을 피하고 싶거나  하기 싫을 때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속삭인다.

그럴 때마다 어려운 쪽에 삶의 답이 있다는 그 말은 나에게 좀더 힘을 내게 해준다.

아이들에게도 읽혀주고 싶어 세 장을 프린트 했다.

물론 아이들은 제대로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냥 '어려움'이라는 단어 하나만이라도 마음 속에 남아주기를 바랄 뿐...

 

흐린 토요일 아침, 습기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난 릴케의 편지를 읽는다.

이보다 더 풍요로운 시간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