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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kiku929 2012. 6. 21. 18:18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기, 즉 스토리텔링의 내용은 대부분 자신의 행위를 가능케 한 동기,

즉 모티베이션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어 사랑을 생물학적인 종족번식이라는 동물적 충동이 아니라,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랑스러운 목소리 등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러티브 구성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가장 잘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의미부여가 명확한 개념으로서

'재미'라고 하는 차원이 비로소 생겨나게 된다.

 

이야기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신에 대해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은 사는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중에서 / 김정운

 

 

 

 

 

*

 

인터넷이 보급되고난 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장 변화한 것이 있다면 자기를 드러낼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알리지 않고도 자신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온라인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만 해도 나의 블로그에 쓰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누구를 만나 말한다는 것은 뭔가 생뚱맞지만

이곳이라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는 것은 허용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나에게 블로그는 내 내면의 창고이다.

메모지도 되고 일기도 되고 추억의 저장고도 되고 일탈이 되기도 하고 또, 바람같은 상념이기도 하다.

내 삶에서 가장 나다운, 나의 진실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상에 나의 존재를 말하고 싶은 작은 욕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늘진 한 귀퉁이에 핀 이름없는 들꽃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줍은 몸짓이라고나 할까...

내 삶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나의 '살아감'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쓴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소통의 통로가 너무도 다양하다.

거의 실시간, 생중계가 가능할 만큼 소통의 전파수는 넘치고 넘친다.

오히려 잡음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먹어도 먹어도 허한 폭식증 환자처럼 우리들은 문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타인을 향해 계속 두드리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