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채호기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
소근소근 속삭이듯 가지런한 글자들의 평온함
그러나 그 중 몇 개의 조약돌은
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
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겠죠.
그토록 자제하려 애써도
어느새 평온함을 딛고 삐져나와
세찬 물살을 가르는 저 돌들이
당신 가슴에 억지로 가라앉혀둔 말이었겠죠.
당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심장 속에 두근거리는.
*채호기 시집/ 손가락이 뜨겁다,문학과지성사.2009
한 남자가 젊은 시절 십년 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했단다.
그동안 여자는 결혼도 했지만 남자는 자기 마음을 어떻게든 전해야만
그녀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십년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는 고백을 남자는 처음으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평온하더라고....
그후 그녀를 마음에서 보낼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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