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kiku929 2013. 1. 22. 09:06

 

 

 

 

 

예술의 전당, 소극장에서...

 

 

 

 

<그와 그녀의 목요일>, 제목이 참 풋풋하다.

 

 

 

 

 

아담한 무대...

 

 

 

 

 

2012년 12월 20일, 목요일...

이 날은 이벤트로 낮공연만 만원을 할인해준다는 말에 솔깃, 부랴부랴 인터넷에 들어갔는데 거의 매진이 되고

겨우 좌석 하나를 예약했다.

배우 조재현과, 배종옥이 나오는 이날 공연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런데 막상 예술의 전당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너무 멀다는 생각과 올때는 퇴근시간까지 겹칠 것을 생각하니...ㅜㅜ

흔들리는 마음... 가지 말까?

그러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런식으로 자꾸만 포기를 해버리면 결국 남는 게 뭐가 있겠냐구...

 

혼자 출발했다. 그리고 혼자 공연장에 들어갔다.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박수를 치고 혼자 나왔다.

사람이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겠지...

 

연극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결혼하기 전에 '에쿠우스'를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줄거리도 잔잔했다. 오래된 친구이면서 연인들의 이야기다.

'그녀'는 암이 발병되자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면서 연인이었지만 친구인,

'그'와 목요일마다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들이 둘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게 되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숨겨온 감정들이 폭발되면서 서로 확인하게 된다는...

 

연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극도 책과 같구나...

사람들은 이제 연극 대신 뮤지컬을 보러 가고 책을 보는 대신 영화를 보러가니까.

그러면서 연극 무대를, 책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울컥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시대의 저 쪽으로 사라져간 것들을 지키기 위해 겨우겨우 연명하며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며 사는 사람들...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을 지켜내는 일은 개인의 힘으로는 참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아니면 도저히 안 될 때', 그것은 아마도 운명이라고 할 수 있는 거겠지...

 

공연은 내 취향에 맞아서인지 좋았다.

현란한 춤과 음악이 곁들여진 뮤지컬보다는 소박하고 아담한 무대에서 오로지 배우의 힘으로만 끌고가는 연극은

아날로그적 정서가 물씬 풍긴다.

아날로그는 은은하면서도 강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아랫목이 뜨거운 줄 모르고 있다가 살을 데이게 되는 것처럼...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일과, 연극을 보는 일...

그 둘의 리추얼이 내겐 많이 닮아 있다.

 

역시...

그날 출발하기를 잘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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