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잠들기 전에...

kiku929 2013. 2. 2. 00:59

 

 

 

아침부터 봄비같은 비가 내렸다.

오늘 오전에는 베란다 화초들을 손질해줬다.

수국의 잎눈이 제법 크게 올라와 있었고, 아파트 화단에서 단풍나무 씨로 발아된 아기나무를

옮겨와 키우던 것이 오늘 보니 붉으스레하게 눈이 맺혀 있었다.

(안녕?  그동안 무사했구나!)

 

이번 겨울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화초들에 마음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미처 추위에 들여놓지 못한 가랑코에들이 얼어서 죽었고 벤자민 두 그루도 시원치가 않다.

꽃기린 빨강과 하양도 모두 잎이 다 시들어져버렸는데 살아날 가망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난 죽은 것처럼 보여도 끝까지 기다려준다.

왜냐하면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자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저녁에는 근처 공원에 다녀왔다.

세바퀴를 걷고 집에까지 돌아오는데는 한시간 십여분이 걸린다.

오랜만에 나가서인지 두 바퀴를 돌자 힘에 부쳐서 세바퀴를 채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올 겨울 잔병치레를 자주 한 탓인지 체력이 많이 약해진 것을 걸음에서 느껴진다.

그래도 봄기운이 몸으로도 옮겨오나보다.

내 마음에도 생기가 도는 걸 보면.

 

<아리랑> 8권째 들어갔다.

점점 속도가 더디다. 사실 난 책을 별로 가리지는 않는데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자꾸 다른 책을 기웃거리게 된다.

얼마 전, 강신주 박사의 <제자백가의 귀한>시리즈 1권 <철학의 시대>를 구입해놓고 아직까지 펼쳐보지 못하다가

어젯밤에 들쳐보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에 흥미가 떨어질까 싶었는데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분의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까닭도 없진 않겠지만 이내 푹 빠져버렸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땐 화초에 물을 준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마음이 복잡할 때 주로 내가 하는 것은 

화초 손질하기, 요가, 공원 걷기, 책읽기, 이런저런 글쓰기 등인 것 같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누구나 홀로인 사람들에겐 외로움을 이겨내는 일이 가장 큰 과제가 아닌가 싶다.

외로움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자꾸만 타인에게 의지하게 되므로.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감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기 몫의 외로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처럼 말이 그리울 땐 이렇게 이곳에다 생각나는대로 적는다. 

그러다가 할 말이 없어질 때까지...

바로, 지금같은....!

 

이제 누워서 책이나 읽다가 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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