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지켜야 할 것, 지켜내야 할 것....

kiku929 2013. 3. 13. 21:41

 

 

예전 <아내의 자격>이란 드라마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여자가 제법 유명한 로펌 집안의 외아들과 결혼해서 딸 셋을 낳고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녀는 대를 잇게 하기 위해 아들을 낳으려 몇번의 유산을 감수하면서 시도를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에겐 다른 여자가 있었고 그 둘 사이에는 똑똑한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내연녀는 절친한 사이이다.

그런 비밀은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철저히 지켜지지만, 그 후 내연녀의 계획에 의해 그 아들의 존재는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처음 이 사실을 알게된 아내는 노발대발 난리가 나고 남편은 아내에게 쩔쩔매며 미안하다고 사죄를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 후로 시아버지는 자기의 손주를 만나러 학교까지 찾아가게 되고 이제 남편은 아내에게 오히려 당당하다.

처음엔 친정에서도 분노하지만 나중엔 오히려 자기 딸이 쫒겨나지 않을까 전전긍긍 눈치를 살피는 상황으로 역전이 된다.

그녀의 친정오빠가 매제를 만나보겠다고 나간 자리에서 오히려 매제는 자신이 '갑'이라는 것을 처남에게 상기시켜준다.

아무말을 못하고 나오는 그의 오빠... 그리고 남편에게 고분고분한 아내의 모습....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여자는 이혼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사실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들이 주어진다고 해도 특별히 더 나은 길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쯤 나이가 들면 세상 어떤 길에 대한 큰 기대는 사라지고, 사는 일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기가 있던 곳에서 더 열심히 일구며 사는 길이 가장 안정적이고 현명한 길이라고 판단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아무런 명분도 없어진 자리를 '그나마 이거라도 나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적어도 아이들이 커서 독립을 하게 될 때라도 그여자는 자기의 존재를 위해서 한 번쯤 소리쳐봐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는 '꼭' '반드시'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꼭 그래야 해?" 라든가 "그렇게 해야만 했어?"라고 묻는다면 "응"이라고 답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만 어떤 갈림길에 서게 되었을 때는 적어도 나름의 지켜야 하는 소신같은 것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인생의 손익을 따졌을 때 비록 손을 입는 길이라 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뭔가 있어야 하는 거...

그래야 하지 않을까?

 

훗날 돌아보았을 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이 좋아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존엄은 세우는 길이었다고.

어떤 경우에는 결벽증 같이 까탈스럽게 굴면서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거라고,드라마의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나에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결벽증처럼 여길만큼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커피를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쓰고보니 유난히 물음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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