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옥 / 강연호

kiku929 2013. 6. 5. 08:39

 

 

 

                                                    큰 딸이 우리아파트에서 찍은 사진... 느낌이 참 좋다.

 

 

 

 

감옥

 

 

강연호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 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난 가로등이나 공원 근처
그는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이처럼 감옥인줄 알면서도 스스로 그 감옥속에 갇히고 싶을 때가 있다.

 

감옥이 감옥이 아니고

복종이 복종이 아닌 때는 참으로 황홀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순간은 아주 찰나처럼 지나가버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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