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가리 (문학동네, 김남주 옮김)

kiku929 2010. 1. 11. 19:07

                     

 

 

 

 

이 책은 로맹가리의 16개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맨 처음에 실려있는 소설의 제목이다.

 

이 책을 읽는데 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어?"라고....^^

하지만 이 책 어디에도 거기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다만 "한가지 이유는 있을 거야" 라고 말하고만 있을 뿐....

 

난 책을 읽으며 인간도 어쩌면 새같은 영혼으로 광활한 우주를 떠다니다

마지막 죽기 위해 지구로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인간이 지구에 와서 죽는 일, 아니면 죽기위해 지구로 내려온 일...

그 이유를 누가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건 새가 페루에 가서 죽는 것과 마찬가지의 물음이 아닐까?

우리 인간도 그 이유를 모르니 아마 새들도 자기들이 왜 페루에서 죽는지 모를 것이다.

좀 허무한가? 하지만 이 책이 그렇다...ㅎ

 

책에서 작가는 인간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인간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기대나 희망도 없다.

오해와, 위선과, 배신,간교함으로 엉켜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 들거나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도 않는다.

"이런 모습이 인간이야, 인간이란 이런 것이야.

싫어도 우리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지." 라고

완전한 타자를 바라보듯 냉소적으로 그러면서 담담하고 쓸쓸하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신이 인간을 동물이나 꽃들과 함께 어울려 살게 하지 않고 인간 끼리끼리 소통하며 살게 한 것은

본질적인 인간의 모습이 비록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인간인 서로를 이해하며 살게 하기 위함이라고..

정직하기만 한 꽃이나 나무나 동물들은 그런 인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임으로...

위선 배신 비겁함 이중성... 그 모든 걸 미워하면서도, 혹은 그로인해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너'를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있다는 걸... 

신이 인간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원수를 사랑하라,용서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신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신만큼 누가 인간에 대해 잘 알까?)

 

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도 우리 인간이 살아낼 수 있는 이유,

인간에게 희망은 바로 그것이라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힘이고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라고,

 .

.

.

이 믿음에 배반당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로맹가리

 

1980년 12월 2일 파리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한 이 위대한 문학적 천재는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2차 대전에 로렌 비행중대 대위로 참전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참전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일약

작가적 명성을 떨쳤다. 그후<하늘의 뿌리>, 에밀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다시 한번 공쿠르 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