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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은 많을수록 행복하다

kiku929 2014. 10. 26. 17:32

 

                                                                                              내가 좋아하는 꽃 "아메리칸블루"

 

 

창밖으로는 제법 가을의 색깔이 짙다.

오늘은 흐리고 바람까지 소슬하게 불어오니 밖을 내다보는 내 마음에도 가을이 가득 들어찬 것만 같다.

일을 하다 멈추고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잠시 블로그에 들어왔다.

딱히 쓸 말은 없지만 혼자 담아두기에는 벅찬 어떤 감정이 자꾸만 일손을 멈추게 만든다.

 

요즘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6를 즐겨보고 있다.

별 관심도 없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심사위원이 되고부터 계속 시청하고 있다.

내가 응원하는 참가자는 '김필'과 '곽진언'인데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극과 극의 매력의 보컬이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둘 다 노래에 울림이 있다. 자신만의 느낌으로 노래를 부를 줄 안다.

그래서 요즘은 블로그의 배경음악도 그 둘의 노래들로 깔아놓고 일할 때마다 듣고 있다.

 

요즘 또 하나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내 생애 봄날'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참 선하고 맑고 순수하고 그러면서도 가슴이 아려오는 슬픔이 배어있는 드라마다.

착한 사람들의 사랑이어서 더 슬프지만 그 슬픔을 겪는 사람들은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하다.

올 가을, 이 드라마 한 편이 내 마음을 적셔준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을 한다.

자기는 '무심'한 것이 좋다고. 무언가에 빠지고 열중하는 게 힘들다고...

어떤 의미인지는 나도 알 것 같다.

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런데 전적으로 동감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몸에 대한 인식은 거의 하지 못하고 산다. 몸을 자각할 때는 비로소 그곳에 탈이 났을 때이다.

위장이 아프게 되면 아, 거기에 위가 있었구나,..

발가락이 아프면 아, 거기에 관절이 있었구나.. 이렇게...

우리가 뭔가에 관심을 갖게 되고 호기심을 느끼고 열중하게 될 때가, 몸을 인식하게 되는 그런 순간처럼

바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게 좋아하는 것이 하나씩 생겨날수록 내 삶이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노래 하나, 글의 문장 하나, 마음에 맞는 사람, 처음 먹었는데 맛있는 음식, 새로 알게 된 아름다운 장소...

좋아하는 것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중심으로 더 많은 것을 좋아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가 궁금해지고 나중에는 그 작가가 쓴 책들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것처럼...

그러면서 그런 과정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에서 그런 시간들을 빼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요즘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장자의 '호접몽'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자신의 발이 땅 위에 있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

어찌됐든 삶이란 몸의 통증처럼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점심을 건너 뛴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이 허기를 느끼는 것, 이런 것이 삶이라는 것이니까...

 

무슨 말을 쓰는 것인지... 횡설수설.

 

음악이나 들으면서 하던 일 마저 해야겠다.

 

그나저나 창 밖의 모과나무 우듬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자꾸만 내 마음을 흔든다.

파문, 파문, 파문이 인다.

이런 내 마음을 나는 잠 재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