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한참동안 내다보았다.
나무마다 아직 떠나지 못한 잎들이 매달려 있다.
마치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대합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처럼...
그리고 땅에는 이미 제 있던 곳을 떠나와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낙엽들이 보인다.
어쩌면 지금 나는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저 공기속엔 온통 안녕, 안녕... 하는 소리들로
가득차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바라보는 내가 쓸쓸해지는 것은 공기속을 떠돌아다니는 저 이별의 음파들 때문일 것이다.
우주속에 신비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볼 수도, 들을 수도, 촉감으로 느낄 수도 없는
에너지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기운들... 자연에서 느껴지는 기운들...
우리의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아마도 그런 기운들과 나의 기운이 수평적으로 맞을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어떤 계절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자기의 에너지와 그 계절의 에너지가 맞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 사람에게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라는 대답에 그 사람의 성향을 어느정도 짐작하게 되는 것도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
겨울의 '靜中動'의 분위기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변함없어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면서도, 생명이라는 확고한 믿음은 어느 계절보다
강하다.
겨울 끝에 봄이 찾아오는 한 그 믿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사람도 겨울 나무 같은 사람이 좋다.
그리고 나도 될 수만 있다면, 겨울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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