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뜨락 위 한 켤레 신발 / 문태주

kiku929 2015. 11. 6. 10:07

 

 

 

 

 

 

뜨락 위 한 켤레 신발

 

 

문태준

 

 

 

어두워지는 저녁에 뜨락 위 한 켤레 신발을 바라본다

언젠가 누이가 해종일 뒤뜰 그늘에 말리던 고사리 같다

굵은 모가지의 뜰!

다 쓴 여인네의 분첩

긴 세월 몸을 담아오느라 닳아진

한 켤레 신발이 있다

아, 길이 끝난 곳에서도 적멸은 없다

 

*문태준 시집 『맨발』 / 창비,2004

 

 

 

 

 

 

 

 

'아, 길이 끝난 곳에서도 적멸은 없다'

 

이 마지막 구절에서 가슴이 내려앉는다.

슬픔이 인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모질고, 그래서 애처럽고...

 

 '시란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서 오래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던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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