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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 / 폴 베를레느

kiku929 2015. 11. 7. 02:12

 

 

 

 

 

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

 

 

폴 베를레느 (김현 譯)

 

 

 

 

                                 마을에 조용히 비가 내리네 (랭보)

 

내 가슴에 조용히 비가 내리네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우울함은 무엇일까

 

땅과 지붕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빗소리여

우울한 가슴에 울리는

오 비의 노래여

 

병든 이 가슴에

공연히 비가 내리네

오 뭐라고, 배반이 아니라고

이 슬픔은 이유가 없네

 

이유를 모르는 건

가장 나쁜 고통

사랑도 증오도 없지만

내 가슴은 고통투성이네

 

 

*시집『 눈오는 저녁 숲가에서』 / 삼성출판사 ,1979

 

 

 

 

 

 

*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비의 정취.

 

올 한 해는 비다운 비를 느껴보지 못하고 지난 것 같다.

오더라도 아주 잠깐, 혹은 이슬비처럼 내리거나, 가끔은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는 아니었다.

 

잠깐 사이 그 비를 맞는데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냥 아팠다.

그냥...

 

오늘 같은 날엔 아주 오래 된 시집을 꺼내어 이 시를 읽는다.

 

'까닭을 모르는 건 가장 괴로운 고통'

이 구절을 많이 좋아한다.

 

1979년도 출판된 시집, 그때 난 몇살이었나.

지금도 시집 속에는 늦은 밤, 

시를 읽던 한 소녀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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