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
폴 베를레느 (김현 譯)
마을에 조용히 비가 내리네 (랭보)
내 가슴에 조용히 비가 내리네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우울함은 무엇일까
땅과 지붕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빗소리여
우울한 가슴에 울리는
오 비의 노래여
병든 이 가슴에
공연히 비가 내리네
오 뭐라고, 배반이 아니라고
이 슬픔은 이유가 없네
이유를 모르는 건
가장 나쁜 고통
사랑도 증오도 없지만
내 가슴은 고통투성이네
*시집『 눈오는 저녁 숲가에서』 / 삼성출판사 ,1979
*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비의 정취.
올 한 해는 비다운 비를 느껴보지 못하고 지난 것 같다.
오더라도 아주 잠깐, 혹은 이슬비처럼 내리거나, 가끔은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는 아니었다.
잠깐 사이 그 비를 맞는데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냥 아팠다.
그냥...
오늘 같은 날엔 아주 오래 된 시집을 꺼내어 이 시를 읽는다.
'까닭을 모르는 건 가장 괴로운 고통'
이 구절을 많이 좋아한다.
1979년도 출판된 시집, 그때 난 몇살이었나.
지금도 시집 속에는 늦은 밤,
시를 읽던 한 소녀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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