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 , 감독: 허진호)

kiku929 2016. 2. 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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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얼마전 다시 보았다. 세번째다.


한 여름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초겨울까지의 시간들을 그려낸 영화,

제목 또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에게 진짜 크리스마스는 앞으로 영원히 오지 않겠지만 그녀를 만난 것은 마지막 남은 생의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요 며칠 나는 이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먹먹하게 아련하게 슬프게...

설거지를 하다가도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도...

멜로 영화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감정을 일상속에서 담담하게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자기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와는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낸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아버지와 저녁을 짓고 병원을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손님으로 사진관을 찾아온 주차요원인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하지만 그 억눌린 마음이 어느날 밤에는 흐느끼는 울음소리로, 친구와 술을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고 끌려간 파출소에서

"내가 왜 조용히 해야 하는데!"라는 울부짖음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전혀 과장됨이 없이 그냥 잠시 바람이 지나가는 일

정도로만 주인공의 감정을 처리한다.

 

이 영화는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감정들로만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대화나 독백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말에는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하나의 이미지에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들려주지 않은 주인공의 말들을 나는 영화가 끝난 지금까지도 계속 혼자서 듣고 있는지 모른다.



[ Prologue ]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단속요원 '다림'.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멜로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레전드 커플,
원조 로맨틱 가이 한석규 & 원조 첫사랑의 아이콘 심은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원조 로맨틱 가이 한석규 그리고 원조 첫사랑 아이콘 심은하까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두 사람의 15년 전, 가장 눈부신 시절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먼저 <접속><텔 미 썸딩><쉬리>부터 최근작 <베를린><파파로티>까지 명실상부 대힌민국 대표 배우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시한부 인생을 담담히 받아 들이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소탈한 매력의 사진사 '정원'역으로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따뜻한 미소와 음성은 또 한번 여심을 흔들어 놓을 예정. 허진호 감독은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이전에도 워낙 많은 작품들을 했기 때문에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다. '초원 사진관' 이라는 명칭과 극 중 '다림'을 기다리며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표출하는 연기보다 훨씬 어려웠을 텐데도 무척 잘 해주었다"고 말했다.

반면,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주차단속요원 '다림'역을 맡아 청순미의 절정을 과시하며 그 해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심은하는 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캐스팅 되어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허진호 감독은 "나로서도 데뷔작이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연출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당시 군산에서 첫 촬영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왜 테이크를 다시 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경우 굉장히 답답해 했다. 하지만 촬영이 4분의 1 정도 지났을 때 쯤 극 중 '다림'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며 '아, 정말 다림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는 1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사랑 받고 있는 배우 한석규와 은퇴한 지 12년이 흘렀지만 팬들이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최고의 여배우 심은하까지 두 사람의 눈부신 매력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벌써부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봄날은 간다><행복><외출><호우시절>까지,
'멜로 거장' 허진호 감독의 가장 빛나는 데뷔작을 만나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봄날은 간다><행복><외출><호우시절>등을 통해 남녀간의 감정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연출자이자, 충무로 멜로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허진호 감독의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박광수 감독의 조연출로 충무로에 본격 등장한 허진호 감독은, 데뷔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선택한 것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다고. "요즘은 밝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들이 많지만, 당시는 흔치 않았다. 고 김광석씨의 밝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이 내겐 뭔가 영화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 때, 죽음을 앞둔 사진사가 영정 사진을 찍는 영화 속 설정을 만들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죽음 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통해 어떤 삶의 아이러니를 느낀 허진호 감독은 기존 멜로 장르의 관습을 무시하기 보다는 사진사 '정원'의 일상을 중심으로 두고 조금씩 영화를 완성해 나갔다. "보통 영화들은 극적이고 만들어진 설정들이 많은데 <8월의 크리스마스>는 생활에서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일상 생활을 더 빛나게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의 말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극적인 장치 없이도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 빛나는 성찰을 보여줌으로써 영원히 기억될 걸작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이번 재개봉 상영본은 허진호 감독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직접 리마스터링 과정에 참여해 새롭게 완성된 버전으로 상영, 올 가을 품격 있는 멜로의 진한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할 예정이다.




-<다음>영화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