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늘
김 영 승
내 所有의 그늘
내가 만든
나의 그늘
내 몸이 만든
내 몸의 그늘
이 뙤약볕 밑에서
나는
내가 만든
나의 그늘
내 펄럭이는
옷이 만든 그늘에만 앉아
쉰다
아스팥트는
灼熱하고
暴雨는 또
그 아스팔트를 식힌다
모과나무와 전나무 사이
비를 맞고
빗방울이 맺히고
감아오르다가
더는 감아오를 데 없다는 듯
나팔꽃 덩굴은
고개 꼿꼿이 흔들린다
흐린 하늘 향해
하늘 높이
피뢰침처럼
혹한 처럼
-김영승 시집『흐린 날 미사일』중에서 (나남,2013)
*
이 시를 읽으면 조정권 시인의 <독락당(獨樂堂) >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꼭대기에 있지만
옛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한여름 땡볕에서 자기가 만들어 낸,
소유라고 할 만한 단 하나의 그늘에 쉬고 있는 시인,
그 시인의 모습에서
독락당에 은거하는, 내려오는 길마저 부숴버린 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나팔꽃은 그런 시인의 모습이기도 하리.
비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몸으로 감아 오르며
당당하게, 꼿꼿하게 하늘 향해 높이 높이 피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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