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물맛 / 장석남

kiku929 2016. 6. 30. 21:11



                                                                                             억새잎이 참 싱그럽다



물맛



장석남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휜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

물은 무색, 무미, 무취다.


색이나 맛이나 향은

현혹시키는 잠시의 그 무엇이지만

물은 본질로써 존재한다.


그러기에 어느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고

범접 불가능하다.


가장 오래 가는 것,

가장 최후에 남는 것은

이런 물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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