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잎이 참 싱그럽다
물맛
장석남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휜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
물은 무색, 무미, 무취다.
색이나 맛이나 향은
현혹시키는 잠시의 그 무엇이지만
물은 본질로써 존재한다.
그러기에 어느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고
범접 불가능하다.
가장 오래 가는 것,
가장 최후에 남는 것은
이런 물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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