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무 - 연화리 시편 1 / 곽재구

kiku929 2016. 7. 21. 22:23




                                                                                                                                   지난 가을 부평공원





나무

- 연화리 시편 1



곽재구



숲속에는

내가 잘 아는

나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만나러

날마다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키 큰 나무와

제일 키 작은 나무에게

나는 차례로 인사를 합니다

먼 훗날 당신도

이 숲길로 오겠지요

내가 동무 삼은 나무들을 보며

그때 당신은 말할 겁니다

이렇게 등이 굽지 않은

言語들은 처음 보겠구나

이렇게 사납지 않은

마음의 길들은 처음 보겠구나.



-시집『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중에서





*

나는 거의 날마다 공원을 걷는다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풀과 꽃을 바라본다.

걸으며,

바람결과 그때그때 달라지는 공기의 입자들을 피부로 느낀다.

내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지는 때,

그리고 착해지는 때,

그때 나의 눈길이 닿은 곳곳에는 분명 아름다운 언어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길 중 가장 아름다운 나의 발자국들이 모여있을

부평공원,

그래서 그 장소는 내가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다.

.

.

.

내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지나간 길들은

모두,

나무가 있는 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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