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부평공원
나무
- 연화리 시편 1
곽재구
숲속에는
내가 잘 아는
나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만나러
날마다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키 큰 나무와
제일 키 작은 나무에게
나는 차례로 인사를 합니다
먼 훗날 당신도
이 숲길로 오겠지요
내가 동무 삼은 나무들을 보며
그때 당신은 말할 겁니다
이렇게 등이 굽지 않은
言語들은 처음 보겠구나
이렇게 사납지 않은
마음의 길들은 처음 보겠구나.
-시집『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중에서
*
나는 거의 날마다 공원을 걷는다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풀과 꽃을 바라본다.
걸으며,
바람결과 그때그때 달라지는 공기의 입자들을 피부로 느낀다.
내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지는 때,
그리고 착해지는 때,
그때 나의 눈길이 닿은 곳곳에는 분명 아름다운 언어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길 중 가장 아름다운 나의 발자국들이 모여있을
부평공원,
그래서 그 장소는 내가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다.
.
.
.
내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지나간 길들은
모두,
나무가 있는 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