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풍경

한낮의 부평공원

kiku929 2017. 7. 12. 21:13


어제 한낮, 부평공원을 다녀왔다

여름 한낮의 공원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햇살의 눈부심이 덥다고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적요로워 시간과 공간을 건너 뛴 낯선 세계로

들어와버린 느낌이었다.


여름의 땡볕이 이처럼 조용하고 신비로울 수가 있다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공원.

저 햇살, 참 낯설다. 공간도... 그래서일까, 더위마저도 내 감각이 아닌 것만 같다.




양산도 모자도 쓰지 않고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

사람이 없는 한낮은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비둘기와 까치와 참새, 그래고 매미 소리만이 가득한 곳.




모과가 많이 자랐다.

푸른 열매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꽃이 떨어진 자리가 아직 남아 있는,




가방을 놓고 매점에서 사온 커피를 빨대로 빨며 앉아 있었다.

햇살이 넘쳐나는 사방의 풍경, 나무며 풀이며 지기 시작한 자귀나무 꽃술이며...

신은 필시 자신의 삶을 아둥바둥 살아내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삶과 본인의 삶의 간극은 얼마나 큰 것인가.




가뭄에 키가 작던 토끼풀이 쑥 자랐다.

올 해 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토끼풀의 꽃이 얼마나 향기로운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연못의 부들에 꽃이 피었다. 핫도그 같은 꽃. 계절이 봄에서부터 참 멀리도 왔구나.




아직 죽단화가 피고 진다. 내가 좋아하는 꽃.





연못 주변으로 난 길.




분수에서 물이 나오니 비둘기 한 마리가 온 몸에 물을 묻히고 앉아 있다.

그 비둘기 옆으로 한 마리가 날아와 구경하고...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부평 공원.

그러나 이처럼 조용한 공원은 처음이었다. 조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처음 찾아간 곳처럼, 잠시 내 앞에 나타났다 사라질 것처럼

꿈 속을 걷는 기분이랄까.

땀은 나면서도 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 한낮의 공원이 이처럼 매력적일 수 있다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혼자 온 사람에게만 공원은 그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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